천 개의 파랑(천선란)

천 개의 파랑(천선란) 독후감 리뷰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떠올리는 것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과연 내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까요. 저는 어렸을 때 스마트폰을 처음 마주하고 ‘과연 이것과 폴더폰을 접합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머지않아 구현되었습니다. ‘폴더블폰’이 나왔을 때의 그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렇듯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세상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2035년입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된 시대입니다. 감이 잡히지 않겠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와 같은 세상이 언젠가는, 아니 어쩌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그것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행동합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잠시 대학생활을 즐기고 취업을 위해 빠르게 스펙을 쌓고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렇듯 ‘빨라지는 사회’에서 작가님은 책에서 ‘천천히 걷는 연습’을 언급합니다. 입대하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항상 여유를 갖고 살자는 마음으로 생활하려고 하지만 사회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스펙을 위해, 꿈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인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조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천천히 걸어도 된다.’는 책의 목소리는 제게 있어서는 기어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매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다소 평범한 것 같지만 아름답고 잔잔한 파랑이 그려지는 책과 대면하겠습니다.

주요 인물

  • 콜리 : 기수 휴머노이드(말을 타는 기수), 브로콜리의 색과 닮아 ‘콜리’라고 불림.(from 연재) ‘C-27’로도 불림. 인간의 실수로 태어났으며 메모리 저장 기능이 있음. 천 개의 단어를 구사할 수 있음. 150cm에 40kg.
  • 투데이 : 콜리와 호흡을 맞춘 흑마. 한 때 ‘에이스’로 불렸지만 혹사로 인해 수명을 거의 다하여 안락사를 앞둠. 퇴행성 관절염을 갖고 있음.
  • 우연재 : 콜리와 투데이를 다시 경마장에 설 수 있게 한 장본인. 나이는 17-18세, 소프트 로봇 연구 프로젝트 일원이 될 뻔했음. 로봇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 감정 표현을 잘 못하고 대인관계에 서툼.
  • 우은혜 : 연재의 언니. 척수성 소아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탐. 16세부터 홈스쿨링을 받음. 말을 좋아하고 특히 말들 중에서도 투데이를 좋아함.
  • 보경 : 연재, 은혜의 엄마. 과거에는 유망 있는 배우였으나 연습실에 화재가 발생하여 얼굴에 흉터를 갖게 됨. 그 이후, 배우로서는 꿈을 접고 소방관과 결혼함. 하지만 소방관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생계를 위해 닭요리 전문점을 차림. 로봇에 대해 경계심이 있어 처음에 콜리가 집에 왔을 때 경계함.
  • 도민주 : 콜리에게 투데이를 타라고 시킨 인물. 마사의 관리인. 콜리의 질문을 친절히 받아주는 등 마음씨가 착함.
  • 서지수 : 연재의 반 친구. 냉정함이 특기. 공부를 잘하며 아버지가 로봇 관련학과를 진학하기를 바람. 이에 로봇천재 우연재와 팀을 이뤄 다르파 경진대회에 참가함. 성격이 쿨하고 싹싹하다.
  • 민복희 : 이성적인 수의사. 경마랑 말 관리를 함. 28살이며 예전에 케냐로 떠난 적이 있음.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안락사를 시켜야 하거나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고 안타까워함. 서진에게 일종의 호감을 가짐.
  • 우서진 : M 방송국 시사기획부 기자. 26~27세. 연재, 은혜의 친척. 동물을 굉장히 좋아함. ‘경마장 승부조작’ 다큐멘터리 취재를 은밀하게 하고 있음.

이외의 인물 & 휴머노이드

  • 다영 : 경마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직원. 곱슬머리를 갖고 있으며 은혜와 친함.
  • 주원 : 은혜의 중학교 친구. ‘렌즈삽입술’이 보통화된 2035년에 유일하게 안경을 착용한 학생. 은혜가 짝사랑을 하기도 함. 유학을 간다고 은혜에게 말했으나 사실은 ‘렌즈삽입술’을 하러 감.
  • 점장 : 마흔에 미혼인 인물. 결혼계획이 없으며 타인에게도 큰 관심이 없음. 연재를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고용했으나 결국 ‘베티’를 사들임.
  • 베티 : 업무용 휴머노이드이자 휴보의 진화형 모델. 편의점에서 보통 높은 효율을 보이며 연재는 베티로 인해 해고당함.
  • 스트린 : 청소 로봇 휴머노이드
  • 다르파 : 재난구조용 소프트 로봇

주요 줄거리

간단하게 주요 줄거리를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줄거리를 보고 흥미가 생겨 한 분이라도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으시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자, 나의 최후이기도 하다.”를 첫 문장으로 내용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나’는 ‘콜리’로 기수 휴머노이드입니다. 콜리는 다른 휴머노이드와는 달리 인간의 실수로 메모리 저장 기능을 갖고 있으며 천 개의 단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콜리는 자신의 말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낙마하였고 그로 인해 큰 결함을 갖게 되어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콜리를 ‘연재’가 포착하고 편의점에서 해고당한 뒤 그동안 모은 전재산으로 경마장 관리인 ‘도민주’에게서 (불법으로) 콜리를 구매합니다. 로봇에 영특했던 연재는 반 친구 ‘서지수’에게 콜리를 고칠 수 있는 부품을 받는다는 조건 하에 다르파 발명대회에 참가합니다. 부품을 받은 연재는 콜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고쳐주고 콜리, 그리고 연재 가족(보경, 은혜, 연재)의 한집살이가 시작됩니다. 연재의 친구(처음에는 친구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연재가 경계했으니까요) 지수가 연재의 집에 오자 연재 어머니 ‘보경’은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한 때 잘 나가던 배우에서 지금은 생계를 위해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그녀는 척수성 소아마비로 인해 움직임이 불편한 은혜를 케어하느라 연재에게는 신경을 못썼기 때문이죠. 일종의 미안함도 가지고 있었고 그래도 생계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보경’입니다. 불행하게도 화재로 인해 얼굴에 흉터를 갖고 3%의 생존확률 속에서 자신을 살려 준 소방관과 결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 소방관이 생존확률 80%(다르파가 계산한 수치)였던 현장에서 건물 붕괴로 인해 생존확률이 0%에 이르게 되고 홀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로봇을 좋아하지 않게 되죠. 그런 그녀에게 ‘콜리’는 당연히 경계대상이었습니다. 그래도 콜리는 보경의 옆에서 조용히 그리고 덤덤히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감정을 느끼지는 못함에도 불구하고요. 이에 보경은 콜리에 대한 경계를 풀게 되고 그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됩니다. 척수성 소아마비를 갖고 있는 은혜는 툭하면 경마장에 갑니다. 가서 말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중에서도 안락사 위기에 처해 있는 콜리와 호흡을 맞춘 ‘투데이’를 아낍니다. 돈만 있었으면 은혜에게도 다리가 생길 수 있었는데 생계로 인하여 휠체어를 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는 내색을 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며 스스로 일어서려고 합니다. 사실, 은혜에게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단순히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은혜를 멀리 하였고 그런 은혜 옆에는 ‘주원’뿐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안경을 낀 그 소년은 은혜의 첫사랑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주원마저 유학을 핑계로 떠납니다.(사실은 해외에서 ‘렌즈삽입술’을 받게 되죠.) 그 후, 홈스쿨링을 하며 은혜는 남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사실 은혜는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경마장에 스스로 가서 희열을 느낍니다. 그랬던 은혜였기에 투데이의 아픔, 그리고 안락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안락사되기 3일 전입니다. 복희의 시선으로 이동해 봅시다. 수의사인 그녀는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이성적입니다. 동물에게 안락사 주사를 놓아야 하고 죽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아파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합니다. 28살의 나이로 누구보다 열심히 하였고 케냐로 떠나기도 하고 경마장에서 말 관리를 하며 말 한 마리 한 마리를 소중하게 진찰합니다. 그녀 역시 ‘투데이’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도리에 낙담하던 중 연재 일당(연재, 은혜, 콜리)이 찾아옵니다. 안락사를 미뤄달라고 말이죠. 계획이 다 있다고 말한 일당들은 친척이었던 기자 우서진의 경마장 승부조작 취재파일을 가지고 경마장 관리자를 협박합니다. 그 결과 투데이와 콜리는 다시 경마장 주로 에 서게 될 수 있었습니다. 빨리 달리는 연습이 아닌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하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투데이는 행복하게 달립니다. 시속 80, 90km는 아니지만 진동이 느낄 정도로 엄청나게 행복해하며 달립니다. 그런 투데이와 호흡을 맞추며 콜리는 다시 한번 떨어지는 중입니다. 사람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인자했던 콜리의 2막은 그렇게 닫히는 중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겠습니다. 핵심 인물로 위주로 정말 중요한 사건들만 요약을 하였기에 꼭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독서노트를 쓰며 인상 깊었던 문장, 그리고 그 이유를 간단히 적으며 노트를 어떻게 써 나가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읽은 후 생각난 것 마무리

책에서 동물들, 그중에서도 경마장의 말들은 인간의 오락도구로 전락됩니다. 책에서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재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마사는 말들에게 감옥일 뿐이었다.’ 이 문장을 보고 뇌리를 스친 단어가 있습니다. ‘동물원’, 우리는 재미를 위해, 우리의 행복의 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동물원을 방문합니다. 아쿠아리움, 대형동물원 등은 국내는 물론이며 해외를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갔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저만 생각하고 동물들은 생각을 해 보지 않았을까요. 동물의 입장이었으면 저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두 발로 걷는 신기하고 무수한 생명체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겠지요. 입장을 바꿔보니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모든 이의 시선이 저에게 쏠려있다고 상상해 보면 간접적으로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동물은 점점 인간의 도구로 전락되고 있습니다. 동물 그리고 식물의 멸종은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생태계에서 인간이라는 최상위층의 개체들에 의해 포획되고 도살당합니다. 이를 강하게 비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동물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의 고통도 느껴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겹살과 치킨 그리고 오리고기를 좋아하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또한, 동물을 생각하니 지금으로부터 벌써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났네요.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너 강아지들의 천국 ‘인디언독스’에서 열심히 뛰어놀고 있을 토벤이 가 떠올랐습니다.(제 성장기를 모두 함께한 말티즈입니다.) 아 그리고 인디언독스가 뭐냐면 그냥 요즘 제가 재미로 소설을 써 볼까 하는데 그 소설에도 반려견이 있고 강아지들의 파라다이스를 ‘인디언독스’라고 표현했습니다. 3월에 보라색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ATP 1000 테니스 대회 ‘인디언웰스’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그냥 코트가 예쁘고 저도 가고 싶어서요.. 소설 제목은 ’24시간’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제 주변 인물들을 각색하였고 소설 내용은 그냥 소설일 뿐이라 기회가 되면 블로그에 연재하겠습니다. 아직은 정말 초기 단계니 까요. (이상 TMI)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돌이켜보면 토벤이 입장에서는 제가 미웠을 것 같습니다. 맨날 산책 나가자고 꼬리를 흔드는데 귀찮다고 모른 척하는 주인이 좋을 리 없죠. 맛있는 밥도 살찐다고 조금 주는 모습에 화가 났을 겁니다. 그래도 푹신푹신한 허벅지는 쿠션처럼 좋았나 봅니다. 항상 제 허벅지에서 잠을 잤으니까요. 이제는 그래도 덤덤히 말할 수 있는데 토벤이 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몇 달은 감정 기복이 좀 있었습니다. 안 떠올리려고 해도 갑자기 찾아왔으니까요. 자연의 이치이지만 만약 토벤이가 한 20년 뒤에만 태어났어도 강아지 심장에도 펌프를 달아 수명이 10년은 더 늘어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 1 사회적 약자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는 ‘기준’에 의해 평가됩니다. 그리고 강자와 약자 그리고 그 가운데를 차지하는 다수. 계층은 전 세계에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사회구조현상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연재의 언니 ‘은혜’역시 사회적 약자입니다. 척수성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은혜를 위한 다기에는 사회는 너무나 냉소합니다. 은혜 같은 사람들이 이동할 때 편히 다닐 수 있는 통로나 장치보다는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은혜는 받고 싶지도 않은 도움을 받습니다. 또한, 보경 역시 사회적 약자입니다. 남편을 잃고 두 아이의 생계를 홀로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죠. 닭요리 집을 운영하지만 수입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며 은혜를 위한 장치(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도 돈이 없어 사지 못합니다. 역설입니다. 많은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데 왜 사회는 점점 사회적 약자들을 한번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뻘로 가게 할까요. 이 기술을 은혜 같은 이들을 위해 조금은 저렴한 가격으로 혹은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조금은 사회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내가 이 기술의 개발자였으면 선뜻 그렇게 했을까라고 질문했을 때 바로 답은 못하겠어서 ‘자본’ 그리고 ‘돈’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 2 여유, 인간관계

소설에서 경주마 ‘투데이’는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합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였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지금 어떻게 걷고 있지?’라는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꿈을 향해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에 와서는 신나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또 미래를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군대에 와서 군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달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걸은 적이 없었습니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어 오랜 시간 재활했을 때는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돌에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투데이처럼 조깅을 한 적도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것이 저뿐만 아니라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배우지만 남들과는 달라야 하기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 말이죠. 그런데,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에서 누가 이겼습니까? 거북이가 이겼습니다. 저는 그냥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고 군 복무를 하며 거북이의 자세를 취하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지수와 연재의 관계에서 ‘친구’,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았습니다. 지수는 연재에게 ‘내가 너를 친하게 생각하듯이 너도 나를 친하게 생각하지 않아서’라고 말합니다. 저는 지수의 이 문장이 정말 공감이 갔습니다. 인간관계란 그런 것 같습니다. 나와 상대방 모두 똑같은 크기로 친밀도를 느낄 수 없으며 인간관계에서 ‘기브 & 테이크’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었는데 돌아오는 게 없을 때 허무함을 느끼곤 합니다. 다행히 기숙사 고등학교를 나오면서 자립심이 그래도 빨리 생기고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기에 지금은 초연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제게 가장 풀기 힘든 문제가 무엇이냐라고 하면 ‘인간관계’라고 답하겠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안은영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볼 수 있는 것처럼 저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어쩌면 그것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저의 친구들에게 참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정리 3 휴머노이드, 그리고 윤리적 쟁점

4차 산업혁명. 이제는 익숙한 단어이자 직접 경험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머지않아 정말 휴머노이드의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나오는 내용을 통해 저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인공지능이 잘못했을 때 누구의 잘못을 따져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쟁점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토론하고 있는 주제이며 특히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이 질문이 뜨거운 감자이죠. 소설 속에서도 ‘다르파’가 보경의 남편 생존확률을 80%로 잡았으나 그는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이럴 때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그것을 만든 개발자를 탓한다기에 인공지능은 스스로 생각하고 발전하는 ‘딥러닝’을 하기 때문에 개발자 탓을 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인공지능이나 로봇, 휴머노이드의 능력을 제어한다면 그것은 존재 이유가 없겠죠. 저에게 지금 이 질문을 한다면 확고하게 답은 못하겠습니다. 인공지능에 관심이 조금은 있지만 정말 맛보기로만 이론을 알고 제 의견에 반박하는 이들에게 논리적인 근거를 내세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질문에 꼭 답하겠습니다.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 그리고 현재도 아니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이기에 이에 대한 답변을 마련해서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하고 싶습니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감정이라는 신이 주신 선물은 절대 못 따라올 것이다.’

마무리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은 수의사 ‘복희’가 아닐까라는 강한 추측을 하였습니다. 동식물을 정말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지키려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물 말입니다. 책이 너무 인상 깊어서 작가님에 대해 찾아보니 어떤 기사에서 ‘채식주의’를 하고 계셨다는 인터뷰 내용도 봤습니다. 그리고 동식물이 주류가 되는 세계를 꿈꾼다는 책의 앞머리 문장은 책을 바로 넘길 수 있는 사탕 같은 구절이었습니다. 문장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부질없는 위로였다. 밧줄이 필요한 사람에게 휴지를 뽑아 내민 기분이었다.’라는 문장을 보고 ‘어떻게 이런 비유를 할 수 있지?’ 하며 감탄하였습니다. 다른 책들도 보아야겠습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저는 콜리가 더 인간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어떤 이들을 보고 ‘인간성이 좋다.’ 인간적이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인간한테 ‘인간적이다.’라고 말하는 게 조금 웃픈 현실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이미 많은 이들이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인간을 찾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콜리’한테서 보았습니다. 제 옆에 콜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연재처럼 그를 고쳐줄 수는 없지만 카트에 태워서 산책은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 봅시다. 50m를 전속력으로 뛰는 것은 쉬워도 5km를 천천히 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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