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한강)

채식주의자(한강) 책 리뷰

2016 맨부커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기억상으로 맨부커 상을 수상할 당시 이 책을 구입했었지만 집 책장에 묵혀놓고 휴가 나와서 읽을 책을 찾다가 눈에 띄어 손이 저절로 갔다. 보통 책을 읽기 전에 작가 소개 및 맨 뒷장에 있는 추천의 글이나 중요 문장을 정독하고 읽기 시작하는데 이 책의 중요 문장이 꽤나 파격적이어서 조금은 충격을 먹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간단한 줄거리 요약

책의 구성은 장편소설이지만 중편소설 세 작품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 형태이다. 작품마다 한 사건에 대한 화자가 달라지는 작품의 구성도 굉장히 흥미로운 한 편 소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적으로 소설을 아우르는 주인공은 ‘영혜’이다. 그녀를 색깔로 표현하면 ‘무채색’에 가깝다. 감정표현이 없으며 취미라 할 것도 독서정도이며 일은 하지 않고 남편을 챙기는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날, 날고기들에 둘러싸여 피로 물드는 기이한 꿈을 꾼 다음부터 그녀는 ‘채식주의자’로 바뀐다. 모든 육류 음식을 버리고 오로지 야채만을 섭취한다. 또한, 잠도 잘 자지 못하며 가정에 소홀해진다. 1장 채식주의자의 결말은 그녀가 모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엄격한 아버지의 육류 섭취 강요에 저항하고 과도로 손목을 그음으로써 마무리된다. 2장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남편의 시점에서 서술한 ‘몽고반점’으로 그는 아내에게서 영혜에게 아직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게 강한 성적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이 작업하는 작품에 영혜를 섭외하고 결국 그 역시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아내에게 들킴으로써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3장은 인혜의 시점이다. 그녀는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며 자녀 지우 역시 케어하며 굉장히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은 동생 영혜를 탐한 이후로 별거하였고 동생을 정신병원에 가게 한 뒤에 지우, 영혜를 동시에 보살피고 있다. 점점 식물이 되어가려 하는 영혜의 모습을 보며 가슴을 졸이는 한 편 그녀 역시 지우를 산에 혼자 남기게 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성을 잃어가려 하지만 어떻게든 붙잡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무리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려웠다.’였다. 화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수위가 높고 화자를 바꿈으로써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도저히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점점 깨닫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사회에는 정상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혜같은 사람도 있고 그녀의 가족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즉 이들이 소외되는 현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규범에 속박되어 있는 사회에서 그것을 벗어난 이들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암묵적으로 비판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영혜는 ‘채식주의자’이다. 우리는 흔히 채식주의자들을 보면 공감하기보단 의문이 앞선다. 같이 하기보다는 점점 배척한다. 그렇다고 채식주의가 비정상적인 걸까? 아니다. 채식주의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며 ‘채식주의’라는 네이밍으로 낙인을 찍기보다는 단지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이들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혜의 삶에 대해 굉장히 마음이 아프면서도 무엇인가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눈치를 봐야 했고 남편의 일이 마땅치 않아 본인이 직접 일하며 생계를 지켜나가야 했고 동생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자식까지 돌봐야 했다. 이성의 끈을 놓고 싶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으로 인해 놓지 못하는 그녀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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